[스포츠조선 2005-09-13 23:28]
"나가기 싫어! 내가 왜 나가~" "싫어" "싫어" "으으으음~" "으으음~"
"썩 물러가라!" "썩 물러가!"
장대비가 쏟아진 13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구기동 자비정사. 정적에 쌓인 법당에 스님의 날카로운 듯 낭랑한 법문이 울려 퍼진다. 법당에 앉아 기도하던 여인의 몸이 갑자기 통나무처럼 바닥에 널부러진다. 여인은 한소끔 끓어오르듯 온몸을 부르르 떨더니 이내 괴성을 지르기 시작한다. 마치 누군가와 피 튀기는 결투를 벌이기라도 하는 듯 거칠고 처절한 음성이 이어진다.
스님 손에 잡힌 한 움큼의 팥이 여인의 몸을 사정없이 후려치자 몸부림은 절정에 이른다. 쓰러져 거친 숨을 내몰아 쉬던 여인은 스님이 손을 내밀자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툴툴 털고 일어선다. "추워요. 근데 꽉 막혔던 체증이 내려가기라도 한듯 속이 후련해지네요."
구병시식(救病施食)의 현장이다. 퇴마 의식을 지켜보던 사람들의 탄성이 잦아들 줄 모른다. 믿기지 않을 일들이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과연 어떻게 받아들이고 설명해야 할지….
'와우! 미러클! 인터레스팅!'
베스트셀러 '빙의'와 탤런트 김수미의 구병시식(救病施食) 등으로 '빙의'(憑依; 귀신 들림) 신드롬을 일으킨 바 있는 묘심화(妙心華) 스님(대한불교 법성종 자비정사)의 신통력을 취재 중인 영국 BBC 방송 '킥 애스 미러클즈(Kick Ass Miracles)' 다큐팀 스태프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동양의 신비를 벗겨보고자 '빙의' 취재를 기획, 내한한 앤드류 페티 PD는 "막상 한국의 천도재와 빙의 퇴마의식을 접하니 매우 흥미롭다"며 "평소 영혼의 존재를 믿고 빙의 현상에 대한 신빙성에 공감하는 입장이라 더 관심 있게 지켜봤다"고 소감을 밝혔다.
방송 진행을 맡은 크리스 크루델리씨도 "사실 여부를 떠나 놀라운 광경을 목도했다"며 "아시아 국가의 다양한 전통 의식을 지켜봤지만 가장 인상적인 경험 이었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장시간 천도재와 구병시식에 몰두하느라 온몸이 땀에 흠뻑 젖은 묘심화 스님은 "우리 전통문화의 한 축인 한국의 빙의와 제반 현상, 척사 등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어 힘 드는 줄도 몰랐다"며 이마에 맺힌 땀을 씻어냈다.
한편 퇴마의식에 앞서 전통 불교의식에 따른 천도재도 치러졌다. 무형문화재 55호 영산재 보존회 승려들이 나서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의례를 치른 것.
한편 이번 묘심화 스님을 취재한 이번 프로그램은 내년 4월 중 러닝타임 30분 분량으로 전 세계 40여 개국에 방영될 예정이다. < 김형우 기자 hw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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